2021 건축의날

초대작품전

[초대작품전]

H Pagoda

신현보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합정역 사거리에는 대로변을 따라 최대 용적률을 채운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이 거리에 들어서는 지하2층, 지상8층의 중규모 임대용 건축물이 대로변에 어떤 표정을 보여야 할지 고민했다. ‘임대면적의 효율’이라는 기본 덕목을 유지하면서, 너무 혼자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주변에 완전히 묻히지도 않는 선을 지키고 싶었다.
전형적인 근린생활시설 입면에서 나타나는 ‘경제적인 기둥 간격’, ‘구조에서 독립된 입면’, ‘화강석과유리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수평띠’와 거기서 얻어지는 ‘수평창의 개방감’ 등은, 사실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다. 그 공식을 따라가되, 공간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조형은 조금 비틀어보기로 했다.
임대공간의 효율을 위해 내부의 기둥은 가장 바깥으로 밀어내어 입면과 구조를 합쳤다. 구조에서 자유로운 수평창 대신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가능한 큰 수직창을 만들어냈다. 내부의 기둥을 없애면서 외피의 기둥들은 커지고 조밀해졌다. 기둥들이 ‘수평띠’보다는 무거운 ‘판’을 들어올리는 느낌을 주고자 했고, 이 부분에 무거운 재료를 적용했다. 결과로 마치 고대 신전 여러 개를 쌓은 듯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ㄱ’자로 생긴 대지의 형상 때문에 작은 규모의 건물이지만 평면 구성 상으로는 포디엄과 같은 부분이 생겨났다. 이를 이용해 저층부와 고층부의 재료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의도한 조형이 저층부에서 고층부까지 끊김 없이 반복되기를 원했다. 때문에 포디움의 일부에 상반되는 색의 재료를 사용해 별동처럼 보이도록 하였고, 최종적으로는 동선도 분리하여 실제로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 이미지